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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어준 생각의 끈

82년생 김지영

저자: 조남준

 

해외에 있으면 전자책이 아닌 한국 책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런 나의 사정을 안 지인이 몇 년 전 내게 전문 서적을 보내주며 읽어보라고 같이 보내준 책이다. 아마 당시에 베스트셀러였던 것 같다. 책이 워낙 얇고 이야기도 단순해서 금방 읽었다. 당시 나의 감상평은 내가 어릴 때부터 느낀 한국 사회를 가감 없이 보여준 느낌이군, 이 정도였다. 나는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현실을 단순하게 보여줘서 시시하다고 느꼈는데, 몇 개월 후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여러 기사들을 보며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이 책 중간중간에 한국 여성의 불평등 지수를 보여주는 수치들이 나와서 사람들이 불편했던 것인가? 소설로써 끝내야 하는데 공식적인 수치를 보여주니 사실이 아닌데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한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 소설은 내가 느끼기에는 과장한 내용이 없다. 

 

작고한 인기 작가 박완서 씨의 소설은 한국 여성의 삶을 <82년생 김지영>보다 훨씬 더 핍박받는 여성으로 그린다. 아마 그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여성상을 그렸기 때문이리라. 82년생 김지영은 80년대 생을 대변하니 내 생각에는 맞는 이야기다. 요즘 시대의 10대 및 20대는 조금 다른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는지는 몰라도, 내가 아는 70년대 후반 - 80년대 초중반 생 여성들은 한국 전쟁 후 태어난 어머니 밑에서 현대식 교육을 받고 자라다가 다시 현대스럽지 못한 사회와 시댁을 맞이한다. 그러니 개인적인 갈등이 클 수밖에. 우리 사회는 분명 변화하고 있고 여성의 인권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가 그렇게 쉽게 바뀔 것이라면 그건 문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 여성 차별이 없다고 우길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고쳐나가면 되는 것인데 인터넷에서의 담화를 가장한 비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