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 이어준 생각의 끈

책을 읽기로 다짐한 날

사진 출처: https://www.cc-pl.org/10-benefits-of-reading

작년 10월쯤 나는 운동을 하기로 다짐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한 적이 없는 나는 나이키 트레이닝 앱을 다운 받아서 4주 또는 6주의 프로그램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근육을 어떻게 쓸 줄 몰라 운동 후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었고, 종종 불가능해 보이는 운동 자세를 보며 절망하기도 했다. 중간에 1-2주 쉬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건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기본적인 근력 운동에 익숙해져서 예전처럼 어려운 운동 자세에 당황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푸시업은 내게 너무나 어려운 운동이다.

 

오늘 아침 문득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15년 간 1년에 책 1권을 겨우 읽는 수준으로 인생을 보낸 것 같다. 지난 5년간 책을 제일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소설 2-3권과 비소설 4-5권 정도 읽은 게 전부이다. 책장에 있는 책이 50권은 족히 넘는 것 같은데 충격적이다. 시간이 모자라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매일 남는 시간 전부를 별 의미 없는 인터넷 서핑으로 보냈기 때문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1년에 책을 1권씩 읽으면 10년 동안 겨우 책 10권을 읽는 것이다. 갑자기 너무나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책 읽는 것을 나름 즐거워했었는데, 그 기쁨을 놓쳤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나는 대학생 시절 어느 한 여름 방학 때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는 프로젝트를 계획한 적이 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자취집을 벗어나 부모님 댁에 가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며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그 결과 50일 남짓 되는 기간 동안 30권 정도의 책을 읽었는데, 소설과 비소설을 골고루 섞느라 어려운 점이 많았다. 특히, 비소설은 하루 만에 읽는 것이 불가능했고, 소설도 조금 어려운 내용은 이틀은 족히 걸렸다. 당시에도 조금 무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내가 보낸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방학인 듯싶다. 서양 미술사 책도 읽었고, 하루키 책도 여러 권 봤고, 내가 좋아하는 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으며 감탄도 했으며, 그저 그런 시시한 책들도 한두권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 모든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아 아쉽다. 그래도 책 읽을 때 느끼는 감정만큼은 기억에 다 남는다. 때로는 벅차고 들뜨기도 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 느낌들이 쌓여서 나의 감성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당장 먹고사는 것의 문제는 아니지만 나를 더욱 나답게 하는 것.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그런 것. 그래서 오늘부터 꾸준히 책을 읽기로 다짐했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1달에 책 1권씩 읽기. 그래 봤자 1년에 12권이다. 많지 않은 권수니까 깐깐하게 책을 고르되 너무 많은 시간을 책 고르는데 쓰지 말자. 그리고 책을 읽고 간단하게라도 내가 느낀 감정을 적어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