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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어준 생각의 끈

용감한 친구들 (Arthur & George)

저자: Julian Barnes

 

지난달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ending)>를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져서 고른 책이다. 이 책 또한 제목부터 번역이 다르게 되어 조금 아쉬웠다. 용감한 친구들이라니... 이 책을 읽고 나면 Arthur와 George가 친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사이인데 이러한 기대를 갖게 한 번역자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번역서는 두 권으로 나누어진 책인데, 1권에서는 둘이 우연히 만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이 둘은 언제 친구가 되기는 하나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게 흥미로운 궁금증이면 괜찮을 텐데 작가의 의도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아 1권을 끝까지 읽는데 힘겹기까지 하다. 아마 용감한 친구들이란 George의 입장에서만 가능한 결론인 것 같다. 번역자가 George에게 애정이 많았나 보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은 20세기 초의 실존인물로 작가는 이들의 삶을 재창조해내고 이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줄리언 반스는 주인공들의 일대기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 그려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거대한 서사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는다. Arthur와 George는 매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영국인의 핏줄이 아닌 영국인이다. 그들은 그들이 선택한 것만 같은 그러나 주위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삶을 살아간다. Arthur는 George에 비해 매우 진취적이고 전통적이지 않은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고 이를 파고드는 자이고, George는 그 반대 선상에 서있다. George는 순종적이고 사회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바꿀 수 없는 타고난 것들 때문에 사회에서 격리도 되고 직장도 잃기도 하며 꿈꿨던 가정도 이루지 못한다. 삶은 어떻게 보면 불합리적인 것이고 이는 작가가 재창조한 20세기 초 사회의 모습에서 더욱 심화된다.

두 주인공은 자기만의 가치관이 (그것이 변화하건 변화하지 않던) 뚜렷해서 고집스러운 데가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생을 꾸려나간다. 그들의 만남은 두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지점이 되는데, 그 중요한 지점이 지나고 나면 인생은 그렇게 또 각자의 길로 흘러간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삶의 큰 줄기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가지들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가지들은 그 순간에는 엄청나게 보이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겨우 기억나는 작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추억들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다른 모양으로 남는다. 다음에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는다면 원서를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