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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어준 생각의 끈

기록실로의 여행 (Travels in the scriptorium)

저자: Paul Auster

 

폴 오스터는 확실히 그만의 세계가 확고하다. 다만, 그의 소설은 의도적으로 혼란스러워서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전에 공중곡예사라는 소설을 읽었던 것 같은데 줄거리가 도저히 기억나지 않고 희미하게 어린아이가 성장해가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폴 오스터의 기록실로의 여행은 기억을 잃어버린 노인이 된 작가의 이야기다. 그런데 펼쳐지는 이야기는 왠지 그가 첩보원 대장이었던 것 만 같다. 그는 혼재된 기억 속에서 무엇이 현실이고 상상인지 구분을 점점 못하게 되고 그렇게 그의 하루를 보여주면 이야기는 끝난다.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의 하루의 시작을 묘사하는 소설이 나올 때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을 한 번씩 곱씹어보게 되고 지금까지 읽은 소설의 내용을 곱씹어보게 된다. 어느 소설이든 정답은 없지만, 지금까지 묘사된 모든 상황이 노인의 상상의 세계였던 것인지, 아니면 간호사나 의사의 방문이, 혹은 전직 경찰과 변호사의 방문이 그가 끊임없이 소설을 만들도록 자극하는 매개체인지 알 길이 없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게 작가가 의도한 방식이긴 해서 나름 재미가 있기는 했다. 물론 매듭이 안 지어진 것 같은 느낌과 영원히 빙빙 도는 굴레에서 못 나올 갓 같은 느낌이 있어 조금 당황스럽다. 아마 그가 지은 다른 소설들을 다 읽고 이 소설을 읽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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