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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어준 생각의 끈

여행의 이유

저자: 김영하

 

김영하의 소설은 내가 오래전 국문학과에 입학에서 접하게 된 작가이다. 당시 꽤나 유명한 젊은 작가였는데, 나는 그의 단편 소설들을 몇 개와 <아랑은 왜>를 읽고 그가 물흐르듯이 글을 쓰는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주로 단편 소설을 읽어서였는지 당시에는 박진감 있으나 기억에 잘 남지 않는소설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당시에는 그가 신인 작가라 수업에서 그의 소설을 많이 다루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좀 다르겠지? 그때는 그냥 그가 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17-18년정도 지난 지금 그는 당시 반짝거렸던 여러 신인 작가들을 제치고(?)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된 듯하다. 소설도 꾸준히 썼고 대중들과의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의 여행 산문집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그의 문체가 번역서와는 다른 부드러움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티비에서 본 그의 말솜씨에 반해 여행의 이유에 대해 그가 무엇을 이야기할 지가 궁금해서였다. 결론적으로 그의 여행은 나름 일리가 있고 나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의 문체는 여전히 물흐르듯 부드러웠고 거기에 그만의 솔직함이 세련되게 녹아있었다. 특히, 뉴욕에서 그가 게임에 빠져버린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마음에 굉장히 와닿았다. 여행지가 조금 더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그의 여행 수필집은 그를 가장 잘 보여준 것 같다. 심지어 그가 선택한 뉴욕, 벤쿠버 같은 세련된 도시는 아마 그의 세련된 문체가 글만이 아님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의 문장은 확실이 세련되고 도시스럽다. 타지에 가서 여행자이지만 거주자로 지내려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본인의 삶을 거기에 살포시 녹인 점이 글을 흥미롭게 했다. 인생은 여행과 같고, 여행은 과거와 미래의 관계성을 떨쳐버려 노바디로 현재를 살게 한다는 이야기가 와닿았던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