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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어준 생각의 끈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My Sister, the Serial Killer)

저자: Oyinkan Braithwaite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떠오르게 하는 자매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부드럽게 넘나들며, 각 장은 간결하고 힘이 넘친다. 강인한 언니 코레드를 닮은 문체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아율라의 아름다움에 끌려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남자들에게 그들의 판단과 선택이 잘못된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욕망으로 인한 과오임을 상기시킨다. 물론 이 소설은 순간의 감정에 치우친 아율라를 옹호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점차 감정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 속에서만 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인간으로 변해가는 아율라와 동생을 돌봐야만 하는 이성적이지만 이성적인 선택을 못하는 코레드의 삶을 군더더기 없이 묘사한다. 그들은 그들에게 어쩌다 주어진 삶에 맞추어 그냥 살고 있을 뿐이고, 그들에게 내린 운명에 더 이상 저항은 없다. 우리는 그냥 살아갈 뿐이다. 소설을 곱씹어보니 인생이 조금 씁쓸하다.

 

사족이지만 번역서의 제목과 원문의 제목의 관점이 뒤바뀐 것이 흥미롭다. 소설은 분명 언니인 코레드의 입장에서 흘러가고 제목 또한 그러한데, 번역서의 제목은 마치 아율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번역 작가도 상상 속의 아율라에게 반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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