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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어준 생각의 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저자: Julian Barnes

 

평범한 사람의 인생에서 피어오르는 극적인 비극을 이야기한 소설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숨 막혀오게 풀어지는 비밀에 책을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의 삶에는 우상처럼 여기던 친구의 자살이 있기는 하지만 그 조차 아쉽지만 아름답게 포장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친구의 자살 뒤에는 주인공의 영향이 있었고, 그의 자살은 십 대 시절 가십으로 여긴 롭의 자살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숨 막히는 미래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친구와 그것도 모른 채 평범한 삶을 영위한 주인공,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즈음에 알아버린 진실...

 

이 소설은 왜곡된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평범하다고 생각한 주인공의 이야기 또한 어쩌면 그가 추구한 위험을 제거한 기억일지도 모른다. 소설 같은 삶을 한편으로는 동경하면서 평범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주인공은 역사는 패배자의 자기기만일지도 모른다는 역사 선생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서 재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겹에 겹치는 기억과 사실의 서술에서 주인공은 점차 혼란과 회환에 빠지는데, 소설을 읽는 나도 기억의 회오리바람에 쓸려 가는 듯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며칠간 이 소설의 내용을 복기하고 있는 나 또한 어쩌면 기억을 계속 왜곡하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