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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omsky Foucault Debate on Human Nature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저자: 미셸 푸코, 노엄 촘스키 이 책은 별로 길지도 않은데 지난 몇 주간 붙잡고 읽었다. 내용이 가볍지 않고 여러 개념을 깊이 파고들어서 휙휙 넘길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전혀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로 가득했고, 내가 촘스키와 푸코의 관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푸코의 사상이 왜 많은 사회과학자들에게 영향을 줬는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는데, 그 예로 푸코는 권력 또는 힘이 관계에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관계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연구 또는 논쟁의 초점을 권력의 합리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비슷한 논점에서 진리(truth) 자체도 권력이라 이야기하는 푸코의 논리에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의 .. 더보기
검은 꽃 저자: 김영하 10년도 더 전 멕시코 여행을 다녀온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내 남편은 내게 그곳에서 한국인 박물관을 다녀왔노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박물관에는 한국인들이 1900년대 멕시코에 가서 움막 같은 곳에 살며 노예처럼 지낸 모습들이 기록되어 있다고 했다. 당시 난 멕시코에 당연히 한국 교민들이 오래전부터 있었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백 년 전에 그런 일들이 있었고, 한국인들이 노예처럼 살았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1900년 대면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기간인데 그때 멕시코 이민이 있었다는 것이 의아했고, 중고등학교 때 역사 수업에 집중을 안했던 것인지 나는 멕시코로 이민 간 역사에 대해서는 참으로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말도 안 통하는 .. 더보기
포르투갈의 높은 산 (The High Mountains of Portugal) 저자: Yann Martel 오래전 대학교 새내기 때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를 읽고 마법 같은 스토리텔링에 신선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소설은 실제로 있음 직한 일들을 서술하는 것이라 배운 국문학도에게 얀 마텔이 선사한 있음 직한 일은 꿈의 세계를 배회하는 일처럼 느껴져 더욱 독특하게 느껴졌었다. 20년이 훌쩍 넘은 후, 영화로 만들어진 파이 이야기를 감상하며 옛 생각에 젖은 후, 그의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다. 고백건대 영화로 만들어진 파이 이야기는 결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훔칠 정도로 훌륭했지만, 세월이 지나서인지 내가 상상했던 꿈같은 세계가 조금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욱 슬펐었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포르투갈의 .. 더보기
논문 잘 쓰는 방법 저자: 움베르트 에코 이 책은 1977년에 이탈리어로 출간된 움베르트 에코의 책이다. 박사 논문을 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라는데, 시대가 많이 변했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특히, 박사 논문 주제를 정하는 방법이라던지, 자료 수집 후 정리하는 법, 출처를 인용하는 이유와 방법 등이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코스워크를 마치고 바로 읽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조언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복잡해 보이는 논문 작성이 뛰어난 사람만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닌, 누구나 기본에 충실하여 꼼꼼히 준비해나가면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박사과정 논문 쓰기는 여전히..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 입문 저자: 고지마 히로유키 지난 3년 반 동안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통계 분석을 대학원 다니며 부단히 사용했다. 회귀분석을 넘어 다변량 분석 및 베이지안 통계까지 다양한 대학원 수업에서 기본기를 다졌고 기말 과제들과 여름 소논문 때 배운 통계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계는 어렵다. 단순히 어렵다기보다는 매번 생각할 때마다 헷갈린다. 그리고 매번 알았다고 생각한 개념을 다시 이해하게 되어 (혹은 잊고 다시 기억하게 되는 것인지...) 충격을 받는다. 최근 나는 베이지안 통계분석을 가르치는 대학원 수업 조교를 하게 되었다. 베이지안 통계는 아무래도 모수의 사후 분포를 추정하는 것이다보니 분포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확률 분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더더욱 통계의 .. 더보기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저자: Fred Fordham 원작: Harper Lee 이 소설은 1930년대 미국의 작은 기독교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당시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 있던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흑인 차별뿐만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차별, 비기독교인에 대한 차별,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 또한 이야기에 녹인다. 저자는 백인이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어떻게 잘못된 사고를 할 수 있는지 편견에 아직 물들지 않은 아이의 눈으로 풀어나간다. 아름다운 삽화로 재구성된 이 소설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크기와 여백이 다른 여러 삽화들의 구성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놀이를 그림으로 마음껏 표현한다.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속.. 더보기
은밀한 설계자들 (Coders: Who They Are, What They Think and How They Are Changing Our World) 저자: Clive Thompson 은밀한 설계자들은 한국어 제목 번역이 환상적인 책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번역서는 프로그래머는 어떠한 사람이며, 어떤 사고를 하고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매우 구체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영문 제목을 보거나 단순 줄거리를 보면 별로 흥미롭지 않은 내용일 것 같은데, 한국어 제목 번역이 너무 훌륭한 것처럼 내용 또한 흡입력이 넘친다. 최근 진행하는 연구 덕에 끙끙 거리며 아주 단순한 프로그램 하나를 짜고 있었는데, 나 같은 사람들도 많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했고 동시에 나 혼자만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프로그래머라는 집단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 어떠.. 더보기
표현의 기술 저자: 유시민, 정훈이 유시민 작가의 책은 언제나 삶의 위로가 된다. 표현의 기술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누구나 기본을 바탕으로 연습을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고, 최선을 다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면 충분하다고.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말이다. 치열하고 꼼꼼하게 살아온 작가는 글을 쓰면서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을 그만의 기술로 설득한다. 그의 글은 진솔함이 가득하고 서체가 매우 간결해서 마치 그와 대화를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 책은 만화가인 정훈이 씨와 협업하여 만든 책이다. 만화로 읽는 정훈이 씨의 글도 재미있기는 했는데 표현의 기술과는 조금 동떨어진듯한 내용들이었다. 아마도 정훈이 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달라서.. 더보기